닌타마

이사쿠(케마이사 약간)

인티와타나 2015. 7. 16. 23:51
하늘이 참 예쁘다 그렇지 코헤이타?







푸르른 하늘이 참 아름답다. 마지막으로 볼 하늘이 이토록 아름다우니 행복하구나. 뒤에서 걸어오는 발소리를 들으며 미소지었다. 이제야 오는구나, 생각보다 늦었네. 입밖으로 꺼내지는 않았지만 이런 말이 나오는 건 어쩔 수가 없다. 꽤 오래 기다렸으니까.

"오랜만이네, 코헤이타"

코헤이타는 다섯걸음 거리에서 멈추었다. 장난스러운 기색없이 진중한 표정이다. 그 표정에 안심이 되었다.

"성주님은 너를 마음에 들어하지 않아. 이사쿠"

"알아. 누구에게나 상냥한 전장의, 전쟁을 일으키는 성주들에겐 별로 곱지 않으리라는 것 정도는 누구나 알테지"

"그렇다면 이건 알고있나?..."

"나를 죽이라는 명을 받았겠지, 코헤이타. 알고있어. 그래서 난 이곳에 있는거야"

표정을 보지 않고도 기색만으로도 코헤이타가 무슨 기분일지, 어떤 표정일지가 그려진다. 미안해진다. 그러나 이것이 최선이라고 생각했다.

"...왜?"

"너도 알고 있을 것 같은데..? 너는 감이 좋으니까."

이 질문이 뭐를 묻는지 안다. 그러나... 그러나 그냥 대답하고 싶지는 않았다. 아니 믇지 않기를 바랐다. 코헤이타에게 너무 미안해서.

"묻는건 그게 아냐. 왜 하필 나에게 죽겠다는 거야? 쵸지는 멀다고 해도 센조나 케마나 몬지로가 있잖아?"

"케마는 안돼. 그건 너도 알잖아. 녀석은 날 죽이라는 명령을 받는다면 탈주닌자가 되어버릴껄."

케마는 진짜로 그럴거다. 그것이 나는 두려웠다. 언제나 녀석에게 폐만 끼치는 것이 싫었다. 동실이라는 이름아래 내가 녀석에게 넘긴 불운이 얼마나 되던가. 나는 더 이상 녀석에게 기댈 수 없다. 그러기에는 나는 넘 지쳤다.

"센조나 몬지로는?"

눈을 감았다. 눈을 감아도 푸른 하늘은 여전하다. 목소리를 가다듬고 아무렇지 않게 말하려 노력했다.

"...센조는 강해보이지만 속이 여리니까, 상처받을까봐. 몬지로는... 내게 빛이 많다고 생각하니까 날 죽인다면 아마 몹시 미안해하겠지. 내가 원한다 말해도 미안해서 어쩔줄 모를걸. 쵸지는 니 말대로 너무 멀고"

"....난 너가 언제나 남을 먼저 생각한다는 것을 느꼈어. 그래서 안타까웠지 너가 좀 더 이기적이기를 바랐어. 너가 이곳에서 나를 기다렸다길래, 도주를 도와달라거나 할거라고 생각했어. "

차라리 쵸지에게 가야 했을까? 코헤이타는 감이 좋다.. 쵸지는 알아도 모른 척 해줄텐데.

"그랬어?"

겨우 웃는 목소리로 넘겼다.

"너는 마지막까지도 상냥하구나. 꽤 오랜 시간이 흘렀는데도 너는 변하지 않았어."

아니야. 나는 많이 변했어. 나조차 몰라볼 정도인걸. 나는 너무 지쳤어.

"다들 내가 변하지 않았다고 하네. 나는 내가 변했다고 느껴 코헤이타. 너무나 전쟁이 많아, 죽는 이들도 휩쓸려 사라지는 사람도 너무 많아. 나는 지쳤어. 이제 그만 끝내고 싶다."

"...이사쿠"

진심으로 전쟁이 끝나기를 바란다. 더 이상 고통스럽게 죽는 이가 없기를, 부모잃은 고아가 없기를, 그리고 내가 이세상에 없기를.
걱정되는 것이 있다면 역시 케마다. 케마는...

"케마를 걱정하는 거라면 괜찮아. 녀석에겐 내가 멀리 떠났다고 해줘. 이것도 진실인걸. 내 목을 가져가렴 코헤이타. 성주가 좋아할테니까. 너에겐 내가 딱히 해줄게 없어서 내 목이 너에게 유일하게 줄만한 거더라."

멀리 떠났다. 나는 너에게서 멀리 떠난다. 케마.

"너는 너무 상냥해."

"미안해 코헤이타. 미안"

코헤이타에게 미안하다. 내가 줄 수 있는게 없다는 것이 미안하다. 녀셕에게 이런 걸 부탁하면서도 내가 주는 건 없다는게 미안하다.
그러나 난 이미 지쳐버렸다. 변하지 않는 이 세상이, 사람들이 나를 지치게 했다.
스스로 죽기에는 무섭고 싫어서 나는 녀석에게 왔다. 나같은 것의 목이라도 도움이 되었으면



"하늘이 참 예쁘지 코헤이타? 이런 날은 나도 좀 쉬어도 되겠지? 그렇지?"


뒤에서 코헤이타가 걸음을 옮긴다. 소리로 보아서는 검일까? 바로 내 뒤에 와 섰다. 예기가 등뒤에서 느껴진다. 미소지었다. 마지막 모습은 지친 모습이 아니기를.